[노벨상과 미생물학] – 최신 이슈 및 응용

한스 크렙스: 에너지 대사의 핵심, '크렙스 회로(TCA 회로)'와 미생물의 대사

do-legon 2026. 7. 28.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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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 크렙스는 생명체의 에너지 생성 경로인 '크렙스 회로'를 발견해 현대 생화학의 기틀을 마련했습니다. 나치를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그는 비둘기 근육 실험을 통해 영양소가 에너지로 변하는 순환 과정을 규명했습니다. 이 연구는 학술적 가치를 넘어 구연산이나 MSG 생산 등 현대 바이오 산업의 핵심 토대가 되었습니다. 1953년 노벨상을 받은 그의 발견은 모든 생명이 에너지를 얻는 정교한 메커니즘을 밝혀낸 위대한 업적입니다.


폭풍우 치는 밤, 추방당한 과학자의 가방

1933년의 독일은 이성이 잠들고 광기가 깨어나던 시대였습니다. 프라이부르크 대학 병원의 유능한 내과 의사이자 촉망받는 생화학자였던 한스 크렙스(Hans Krebs)에게 어느 날 차가운 통지서 한 장이 날아듭니다. 해고 통보였습니다. 이유는 단 하나, 그가 유태인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생화학의 거장 한스 크렙스 경(Sir Hans Krebs). 그는 나치 독일의 탄압을 피해 영국으로 망명한 후에도 연구를 멈추지 않았다. 1953, National Portrait Gallery, London (npg.org.uk)

히틀러의 제3제국은 "독일 과학의 순수성을 지킨다"는 명목으로 수많은 유태인 학자들을 강단에서 끌어내렸습니다. 하루아침에 조국과 직장을 잃은 크렙스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는 평생을 바쳐 연구해 온 실험 장비와 소중한 데이터들을 뒤로한 채, 달랑 가방 하나만을 들고 국경을 넘어야 했습니다. 그의 가방 속에 들어있던 것은 옷가지 몇 벌과, 머릿속에 들어있는 '아직 풀리지 않은 생명의 수수께끼'뿐이었습니다.

안개 낀 영국의 셰필드(Sheffield). 낯선 땅, 낯선 언어, 그리고 초라한 실험실. 모든 것이 열악했지만, 크렙스의 눈빛만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그는 오히려 이 고독한 망명 생활을 연구에 몰두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습니다. 그의 머릿속을 맴도는 질문은 거대했습니다. "우리가 먹은 빵 한 조각은 도대체 어떤 마법을 부려 심장을 뛰게 하고,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에너지로 변하는가?"

당시 과학계는 포도당이 반으로 쪼개지는 과정(해당 작용)까지는 알고 있었지만, 그 이후 산소와 만나 어떻게 에너지를 폭발시키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것은 신의 영역과도 같은 '블랙박스'였습니다. 크렙스는 매일 밤 실험실의 불을 밝히고, 시장에서 구해온 비둘기의 가슴 근육을 얇게 썰었습니다. 비행 능력이 뛰어난 비둘기의 근육은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조직이기에 비밀을 풀 열쇠가 있을 것이라 직감했기 때문입니다. 동료들은 "날지도 못하는 실험실 비둘기를 잡고 뭘 하느냐"며 비웃었지만, 그는 묵묵히 근육 절편이 숨 쉬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미생물학과 학부 시절, 우리를 울린 그 이름 'TCA 회로'

잠시 필자 개인의 추억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2000년에 대학을 졸업한 저 역시 학부 시절, 이 '크렙스 회로' 때문에 머리를 쥐어뜯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미생물학 전공 시험 기간만 되면 도서관 곳곳에서 "시-이-알-수-숙-푸-말-옥!"이라는 정체불명의 주문이 들려오곤 했습니다. 시트르산, 이소시트르산, 알파-케토글루타르산, 숙신산... 이 복잡한 영문 이름들과 탄소 숫자의 변화, 그리고 어디서 NADH가 튀어나오는지 외우는 것은 전공자들에게 넘어야 할 가장 높은 벽이었습니다.

흰 종이에 커다란 원을 그려놓고 화살표를 채워 넣으며, "도대체 한스 크렙스는 왜 이런 복잡한 회로를 발견해서 우리를 힘들게 하는가"라고 원망 섞인 한탄을 하기도 했죠. 하지만 시간이 흘러 생명의 원리를 깊이 이해하게 된 지금, 그 복잡한 화살표 하나하나가 사실은 생명이 엔트로피의 파괴적인 힘에 저항하기 위해 고안해 낸 가장 정교하고 아름다운 예술 작품이었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가 그토록 외우기 힘들어했던 그 고리는, 사실 우리가 숨 쉬고 살아있음을 증명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였던 셈입니다.


네이처(Nature)가 거절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논문

1937년, 수천 번의 실험 끝에 크렙스는 마침내 생명의 비밀을 풀어냈습니다. 세포 안에는 시작과 끝이 있는 직선 도로가 아니라, 끊임없이 뱅글뱅글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같은 순환 구조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입니다. A가 B가 되고, B가 C가 되었다가, 결국 다시 A로 돌아오는 이 완벽한 순환. 그는 전율했습니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논문을 작성하여 당대 최고의 과학 저널인 영국의 <네이처(Nature)>에 투고했습니다. 제목은 '시트르산 회로의 중간 대사 역할'. 하지만 며칠 뒤, 편집장으로부터 돌아온 답신은 참혹했습니다.

"귀하의 논문은 매우 흥미로우나, 불행히도 우리 저널에는 이미 밀린 논문이 너무 많아 지면을 할애할 수 없습니다. 다른 곳에 투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과학 역사상 가장 큰 실수 중 하나로 회자되는 이 사건은 크렙스에게 큰 상처를 주었을 법도 합니다. 하지만 그는 좌절하지 않았습니다. 그는 네덜란드의 신생 저널인 <엔자이몰로지아(Enzymologia)>에 논문을 보냈고,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논문이 발표되자 전 세계 생화학계는 충격에 빠졌습니다. 복잡하게 얽혀 있던 수많은 화학 반응들이 하나의 우아한 고리로 설명되었기 때문입니다. 쫓겨난 이방인이 발견한 이 회로는 훗날 그의 이름을 따 '크렙스 회로(Krebs Cycle)'라 불리게 되었고, 그는 거절 편지를 받은 지 16년 만인 195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비상했습니다.

[레곤의 의견: 거절당한 천재의 교훈]
세계 최고의 저널인 '네이처'가 지면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크렙스의 논문을 거절했다는 일화는 언제 들어도 어이가 없습니다. 당시 편집진은 자신들이 인류 의학의 가장 거대한 지도를 내쳤다는 걸 꿈에도 몰랐겠죠. 자신의 연구가 옳다는 확신만 있다면, 권위 있는 잡지의 거절 따위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크렙스는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크렙스 회로(TCA 회로)의 정교한 메커니즘 분석

이제 크렙스가 밝혀낸 생명의 엔진, TCA 회로(Tricarboxylic Acid Cycle), 혹은 시트르산 회로의 내부를 미생물학적, 생화학적 관점에서 아주 상세하게 들여다보겠습니다. 이 과정은 진핵세포의 경우 '미토콘드리아 기질(Matrix)'에서, 원핵세포(세균)의 경우 '세포질'에서 일어납니다.

세포 호흡의 핵심인 TCA 회로(시트르산 회로)의 순환 구조. 아세틸-CoA가 유입되어 에너지를 생산하고 다시 옥살아세트산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wikipedia.org

0단계: 회로의 입구, 아세틸-CoA의 준비

우리가 섭취한 탄수화물(포도당), 지방, 단백질은 모두 각자의 소화 과정을 거치지만, 결국 하나의 물질로 수렴합니다. 바로 '아세틸-CoA(Acetyl-CoA)'입니다. 포도당은 해당 과정을 통해 '피루브산(3탄소)'으로 분해되고, 이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들어오면서 탄소 하나를 떼어내고(탈탄산), 조효소 A(CoA)와 결합하여 2탄소 화합물인 아세틸-CoA가 됩니다. 이것이 회로를 돌리는 '연료'입니다.

1단계: 시트르산(Citrate)의 생성

2탄소 화합물인 아세틸-CoA는 회로의 출발점에 대기하고 있던 4탄소 화합물인 '옥살아세트산(Oxaloacetate)'과 결합합니다.

  • 식: 아세틸-CoA(2C) + 옥살아세트산(4C) → 시트르산(6C) 이때 만들어지는 첫 생성물이 바로 귤이나 레몬의 신맛을 내는 시트르산(구연산)입니다. 이 때문에 이 회로를 '시트르산 회로'라고 부릅니다. 또한 시트르산이 3개의 카르복실기(-COOH)를 가지고 있어 TCA(Tri-Carboxylic Acid) 회로라고도 합니다.

2단계 ~ 3단계: 이산화탄소 방출과 NADH의 수확

6탄소인 시트르산은 이성질화 효소에 의해 '이소시트르산'으로 변한 뒤, 첫 번째 산화 과정을 겪습니다. 여기서 탄소 하나가 이산화탄소(CO2) 형태로 떨어져 나가며 5탄소 화합물인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이 됩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일이 일어납니다. 탄소가 떨어져 나갈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이용해 고에너지 전자 운반체인 NADH를 하나 만들어냅니다.

이어 알파-케토글루타르산(5C)은 또다시 탄소 하나를 이산화탄소로 내보내며 4탄소 화합물인 '숙신산-CoA'가 됩니다. 여기서도 NADH가 하나 더 생성됩니다. 우리가 숨을 쉴 때 내뱉는 이산화탄소는 바로 이 단계들에서 만들어진 부산물입니다.

4단계 ~ 5단계: 에너지 화폐 ATP와 FADH2 생성

이제 탄소 수는 4개로 줄었습니다. 숙신산-CoA가 '숙신산'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기질 수준 인산화가 일어나며, 세포가 직접 사용하는 에너지 화폐인 GTP(또는 ATP)가 1분자 생성됩니다. 그다음 숙신산은 '푸마르산'으로 산화되는데, 이때는 에너지가 약간 부족하여 NADH 대신 FADH2라는 또 다른 전자 운반체를 만들어냅니다.

6단계: 옥살아세트산의 재생, 영원한 회귀

푸마르산은 물을 한 분자 흡수하여 '말산(Malate)'이 되고, 말산은 마지막으로 탈수소 효소에 의해 수소를 뺏기며 다시 처음의 '옥살아세트산(4C)'으로 돌아갑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세 번째 NADH가 생성됩니다.

재생된 옥살아세트산은 다시 새로운 아세틸-CoA를 기다립니다. 이것이 바로 '회로(Cycle)'의 본질입니다. 끝이 곧 새로운 시작이 되는 이 구조 덕분에 세포는 적은 양의 옥살아세트산만 있어도 무한히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결과 요약] 아세틸-CoA 1분자가 회로를 한 바퀴 돌면 다음을 얻습니다.

  • 3 NADH: 전자전달계로 가서 대량의 ATP를 만듦.
  • 1 FADH2: 전자전달계로 가서 ATP를 만듦.
  • 1 ATP(GTP): 즉시 사용 가능.
  • 2 CO2: 폐를 통해 배출.

미생물학의 관점에서 본 크렙스 회로: 양면성의 미학

일반 생물학에서 크렙스 회로는 '에너지 생산 공장'으로만 묘사되지만, 미생물학자의 눈으로 본 크렙스 회로는 훨씬 더 역동적이고 다재다능한 시스템입니다. 미생물에게 이 회로는 발전소인 동시에, 몸을 구성하는 벽돌을 찍어내는 공장이기도 합니다.

크렙스 회로가 일어나는 장소인 미토콘드리아의 내부 구조.  미생물학 적으로 세균의 경우에는 이 과정이 세포질에서 직접 일어난다.

양방향성 대사 경로 (Amphibolic Pathway)

미생물은 생존 환경이 척박할 때가 많습니다. 먹이가 부족할 때는 이 회로를 빠르게 돌려 ATP(에너지)를 얻는 '이화 작용(Catabolism)'에 집중합니다. 하지만 먹이가 풍부하여 몸집을 불려야 할 때(증식)는 회로를 멈추거나 늦추고, 중간 산물을 훔쳐냅니다. 이를 '동화 작용(Anabolism)'이라고 합니다.

  • 알파-케토글루타르산: 아미노산인 글루탐산을 만드는 원료로 쓰입니다.
  • 옥살아세트산: 아스파르트산과 피리미딘(DNA 원료)을 만드는 전구체입니다.
  • 숙신산-CoA: 헴(Heme) 색소나 엽록소를 만드는 데 쓰입니다.

즉, 크렙스 회로는 에너지를 태우는 용광로이면서, 동시에 생명체의 살과 피를 만드는 전구물질의 공급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합니다. 이 유연성이야말로 미생물이 지구상 어디에서나 살아남을 수 있는 비결입니다.

아나플레로틱 반응 (Anaplerotic Reactions)

미생물이 회로 중간의 물질을 빼서 써버리면(동화 작용), 회로를 돌릴 옥살아세트산이 부족해져 회로가 멈출 위험이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미생물은 '보충 반응(Anaplerotic reaction)'이라는 비상 시스템을 가동합니다. 피루브산이나 포스포에놀피루브산(PEP)을 이용해 중간 단계 없이 곧바로 옥살아세트산을 만들어 채워 넣는 것입니다. 이는 미생물학적 대사 조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산업 미생물학과 크렙스 회로의 응용

한스 크렙스의 순수 과학적 발견은 오늘날 거대한 바이오 산업의 근간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먹고 마시는 수많은 제품들이 미생물의 크렙스 회로를 조작하여 생산됩니다.

곰팡이가 만드는 상큼함: 시트르산 발효

산업적으로 시트르산을 생산하는 데 사용되는 검은곰팡이(Aspergillus niger). 미생물의 대사 경로를 조작하여 유용한 물질을 대량 생산한다.

청량음료, 젤리, 세제 등에 들어가는 새콤한 맛의 시트르산(구연산)은 레몬에서 짜내는 것이 아닙니다. 전 세계 생산량의 99%는 검은곰팡이(Aspergillus niger)가 만듭니다. 산업 미생물학자들은 이 곰팡이에게 철분과 망간이 결핍된 환경을 제공합니다. 그러면 곰팡이의 크렙스 회로 효소 중 하나(아코니타아제)가 고장을 일으켜, 회로가 시트르산 단계에서 멈춰버립니다. 갈 곳 잃은 시트르산은 세포 밖으로 콸콸 쏟아져 나오게 되고, 우리는 이것을 수확합니다. 이는 크렙스 회로의 병목 현상을 역이용한 천재적인 발상입니다.

감칠맛의 과학: 글루탐산(MSG) 생산

전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은 조미료 MSG(글루탐산나트륨) 역시 미생물 발효의 산물입니다. 코리네박테리움 글루타미쿰이라는 세균을 이용하는데, 이 세균의 크렙스 회로 중 알파-케토글루타르산이 글루탐산으로 전환되는 경로를 인위적으로 강화합니다. 동시에 세균의 세포막에 구멍을 뚫어(비오틴 결핍이나 페니실린 처리), 만들어진 글루탐산이 밖으로 줄줄 새어 나오게 만듭니다.

혐기성 미생물의 독특한 생존법

산소가 없는 환경에 사는 미생물들은 크렙스 회로를 온전히 돌릴 수 없습니다. 전자전달계가 멈추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들은 회로를 끊어서(Branching) 사용하거나, 심지어 거꾸로 돌리는 '환원적 TCA 회로'를 사용합니다. 이산화탄소를 내뱉는 게 아니라, 오히려 이산화탄소를 흡수하여 유기물을 합성하는 것입니다. 이는 초기 지구 생명체의 대사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미생물학적 단서입니다.


비타민 B군: 회로를 돌리는 윤활유

우리가 피곤할 때 "비타민 B를 챙겨 먹으라"는 말을 듣는 과학적 근거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크렙스 회로의 효소들은 혼자서 일하지 못하고 반드시 '조효소(Coenzyme)'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 조효소들의 핵심 성분이 비타민 B군이기 때문입니다.

  • 비타민 B1 (티아민): 피루브산을 아세틸-CoA로 바꾸는 관문 효소(PDH)의 핵심 부품입니다. B1이 부족하면(각기병), 연료 주입이 안 되어 회로가 멈추고 피루브산과 젖산이 쌓여 극심한 피로를 느낍니다.
  • 비타민 B2 (리보플라빈): FAD(FADH2)의 원료입니다.
  • 비타민 B3 (나이아신): NAD(NADH)의 원료입니다.
  • 비타민 B5 (판토텐산): 아세틸-CoA의 'CoA'를 만드는 성분입니다.

결국 비타민 B 결핍은 크렙스 회로라는 엔진의 윤활유가 마르는 것과 같아, 아무리 밥을 많이 먹어도 에너지를 낼 수 없게 만듭니다.


자주 물어보는 질문 (FAQ)

Q: 크렙스 회로(TCA 회로)의 주요 역할은 무엇인가요? A: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등이 미토콘드리아 내에서 분해되어 생명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 화폐인 ATP를 생성하는 핵심적인 대사 과정입니다.

Q: 한스 크렙스가 이 회로를 발견하게 된 역사적 배경은 무엇인가요? A: 유태인이라는 이유로 독일에서 추방된 그는 영국 망명 시절, 비둘기의 가슴 근육을 연구하며 에너지 대사가 직선이 아닌 원형으로 순환함을 밝혀냈습니다.

Q: 산업 미생물학에서 크렙스 회로가 어떻게 응용되나요? A: 미생물의 특정 효소 기능을 조절하여 시트르산(구연산)을 대량 생산하거나, 대사 경로를 강화하여 감칠맛 성분인 글루탐산(MSG)을 만드는 데 활용됩니다.

Q: 비타민 B군이 에너지 대사에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요? A: 비타민 B1, B2, B3 등이 크렙스 회로를 돌리는 효소들의 필수적인 조효소 성분으로 작용하여 에너지 엔진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돕기 때문입니다.

Q: 이 연구가 학술지 네이처(Nature)에서 거절당했다는 것이 사실인가요? A: 네, 당시 네이처는 게재할 논문이 많다는 이유로 거절했으나, 훗날 이 연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생화학적 발견 중 하나로 인정받으며 노벨상을 안겨주었습니다.


영원히 멈추지 않는 생명의 수레바퀴

한스 크렙스가 셰필드의 낡은 실험실에서 발견한 것은 단순한 화학 반응식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생명이 엔트로피(무질서)의 법칙을 거스르며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고안해 낸, 우주에서 가장 정교하고 효율적인 엔진이었습니다.

학창 시절 시험지 위에서 우리를 괴롭혔던 그 복잡한 화살표들은 사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몸속 30조 개의 세포 안에서 맹렬하게 돌아가며 당신을 살아가게 하는 '생명의 맥박'입니다. 시작과 끝이 맞물려 영원히 회전하는 이 우아한 엔진은, 미생물부터 인간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모든 생명이 하나의 에너지 지도로 연결되어 있음을 웅변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 시절 그토록 열심히 외웠던 것은, 어쩌면 생명이 35억 년간 써 내려온 가장 경이로운 서사시의 암호였을지도 모릅니다.

나치에게 쫓겨난 한 망명자가 절망 속에서도 놓지 않았던 호기심 덕분에, 인류는 생명의 근원이 '직선'이 아니라 '원'이라는 위대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시작이 곧 끝이고, 끝이 다시 시작이 되는 이 영원한 회귀. 크렙스 회로는 생명 현상이란 멈춰있는 존재가 아니라, 끊임없이 흐르고 순환하는 과정 그 자체임을 우리에게 웅변하고 있습니다. 미생물에서 인간까지, 모든 생명은 이 작은 수레바퀴 위에서 하나로 연결되어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함께 알아두면 좋은 키워드

  • TCA 회로 (Tricarboxylic Acid Cycle): 시트르산 회로, 크렙스 회로와 동일한 용어.
  • 미토콘드리아 (Mitochondria): 세포 내 에너지 발전소이자 진핵생물에서 크렙스 회로가 일어나는 장소.
  • 아세틸-CoA (Acetyl-CoA):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 대사가 만나는 교차점이자 회로의 연료.
  • 양방향성 대사 (Amphibolic Pathway): 분해(에너지 생산)와 합성(물질 생산)이 동시에 일어나는 경로.
  • 조효소 (Coenzyme): 효소의 활동을 돕는 비단백질 성분(주로 비타민).

참고문헌(References)

1. 크렙스 회로(TCA 회로)의 최초 보고

  • Krebs, H. A., & Johnson, W. A. (1937). The role of citric acid in intermediate metabolism in animal tissues. Enzymologia.
  • 설명: 네이처에서 거절당한 후 발표된 논문으로, 시트르산이 대사 과정에서 순환하며 에너지를 생성한다는 '시트르산 회로'를 최초로 정립한 역사적 문헌입니다.

2. 요소 회로(Urea Cycle)의 발견

  • Krebs, H. A., & Henseleit, K. (1932). Untersuchungen über die Harnstoffbildung im Tierkörper. Hoppe-Seyler's Zeitschrift für physiologische Chemie.
  • 설명: 크렙스 회로 발견 이전, 암모니아가 요소로 전환되는 과정을 밝혀낸 연구로, 생화학 분야에서 최초로 '회로(Cycle)' 개념을 도입한 논문입니다.

3. 한스 크렙스의 자서전 및 회고록

  • Krebs, H. A. (1981). Reminiscences and Reflections. Oxford University Press.
  • 설명: 크렙스가 자신의 연구 여정과 네이처지의 거절 일화, 그리고 과학자로서의 삶을 직접 기록한 자서전입니다.

4. 일반 생화학 및 미생물 대사 표준 교과서

  • Nelson, D. L., & Cox, M. M. (2021). Lehnin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 W. H. Freeman.
  • Madigan, M. T., et al. (2020).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ms. Pear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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