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미생물학: 유전과 DNA] – 분자생물학

프랜시스, 소크, 그리고 버넷: 유정란에서 mRNA까지 독감을 방어하는 백신과 미생물학의 진화

do-legon 2026. 9. 14. 17:44

올해 독감(influenza)은 예년보다 10주나 빠르게 유행하고 있어 독감백신 접종을 앞당겨야 한다는 언론보도가 있었습니다. 인류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 온 독감 백신의 역사적 발전 과정을 프랭크 맥파레인 버넷,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 조너스 소크의 연구를 중심으로 정리합니다. 

프롤로그: 독감 예방주사의 계절

매년 찬 바람이 불기 시낙하는 계절이 다가오면 우리는 조금이라도 가격이 싼 병원을 찾아 독감 예방주사를 맞으며 다가올 겨울의 불청객인 독감을 막아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이례적으로 이른 시기부터 호흡기 질환 환자가 급증하며 독감 유행주의보가 다른 해보다 훨씬 앞당겨 발령되는 등, 바이러스의 확산세가 예사롭지 않은 상황입니다. 현대의 제약 산업이 고도로 정제된 백신을 대량으로 생산하고 신속하게 공급하는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일찌감치 병원을 방문해 예방주사를 맞는 행위는 흔한 일상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실체조차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던 과거, 오직 질병으로부터 인류를 구원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동물 실험과 닭의 알을 거치며 백신을 만들어낸 선구자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우리의 평온한 일상은 존재할 수 없었을 지도 모릅니다.

이번 포스팅은 독감 백신의 기초를 다진 버넷의 유정란 배양법부터, 프랜시스와 소크의 사백신개발, 그리고 현대의 mRNA 기술까지 미생물학의 진화 과정을 자세히 정리해보겠습니다.


예년보다 이례적으로 빠르게 찾아온 인플루엔자의 위협

올해 보건 당국과 의료계에서 크게 우려하고 있는 현상 중 하나는 바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행 시기가 예년과 비교해 많이 앞당겨졌다는 사실입니다. 일반적으로 독감은 늦가을에서 초겨울 무렵에 본격적인 확산세를 보이지만, 최근에는 기후 변화로 인한 불규칙한 온도 변화와 더불어 과거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의 외부 활동이 줄어들면서 억눌려 있었던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집단 면역력이 전반적으로 저하되는 이른바 '면역 부채(Immunity debt)' 현상이 맞물려 바이러스의 활동 주기가 크게 교란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날씨가 본격적으로 추워지기도 전인 이른 가을부터 병원에는 고열과 기침을 호소하는 독감 환자들이 줄을 잇고 있으며, 바이러스의 조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백신 접종의 중요성이 강하게 대두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예측하기 어려운 인플루엔자의 위협은 1918년에 전 세계를 휩쓸었던 스페인 독감 대유행의 뼈아픈 역사를 통해 그 파괴력이 증명된 바 있습니다. 수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대재앙 이후,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독감의 병원체를 찾아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1933년, 영국의 의학 연구 위원회(MRC) 소속 윌슨 스미스(Wilson Smith), 크리스토퍼 앤드루스(Christopher Andrewes), 패트릭 레이드로(Patrick Laidlaw) 연구팀이 환자의 가검물을 흰족제비(페럿)에게 감염시켜 인플루엔자 A형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해 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는 인류가 보이지 않는 적의 실체를 처음으로 포착한 거대한 생물학적 성과였습니다.

하지만 바이러스를 분리해 낸 것만으로는 백신을 만들 수 없었습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 증식할 수 없는 절대 기생성 미생물이므로, 백신을 대량 생산하기 위해서는 바이러스를 키울 숙주가 필요했습니다. 당시 연구진은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위해 값비싸고 다루기 까다로운 족제비나 생쥐 등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해야만 했으며, 이는 엄청난 비용과 시간을 소모하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식이었습니다. 실험실 규모에서 몇 마리의 동물을 감염시키는 것은 가능했지만, 전 국민에게 접종할 수 있는 막대한 양의 백신 항원을 살아있는 동물로부터 얻어내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습니다.


프랭크 맥파레인 버넷과 유정란 배양법이라는 거대한 혁신

이러한 바이러스 배양의 근본적인 한계를 극복하고 현대 백신 산업의 기틀을 마련한 핵심적인 인물은 호주의 미생물학자이자 면역학자인 프랭크 맥파레인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이었습니다. 1930년대 초반, 미국의 어니스트 굿패스처(Ernest Goodpasture)가 닭의 유정란 내부에 있는 장뇨막(Chorioallantoic membrane)을 이용하여 짐승의 폭스 바이러스를 배양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발견했습니다. 버넷은 이 논문을 접한 즉시 이 방법론이 가진 무한한 잠재력을 간파하였고, 이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 연구에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선구적인 결단을 내리게 됩니다.

호주의 미생물학자이자 면역학자인 프랭크 맥파레인 버넷(Frank Macfarlane Burnet)

살아있는 족제비 대신 부화를 앞둔 닭의 알(유정란)을 바이러스의 배양기로 활용한다는 것은 당시 미생물학계의 패러다임을 뒤흔드는 혁신적인 발상이었습니다. 버넷은 유정란의 단단한 껍데기가 외부의 잡균으로부터 내부를 완벽한 무균 상태로 보호해주며, 달걀 내부의 양수와 요막액에는 배아 성장에 필요한 각종 영양물질이 가득하여 바이러스가 증식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생물학적 환경을 제공한다는 사실을 실증적인 실험으로 증명해 냈습니다.

버넷의 연구팀은 주사기를 이용하여 닭의 유정란 내부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주입하였고, 며칠 뒤 달걀 안에서 바이러스가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값비싼 포유류 대신 흔하게 구할 수 있는 저렴한 달걀을 이용해 고순도의 바이러스를 대량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된 버넷의 발견은, 훗날 전염병을 억제하기 위한 백신 대량 생산의 길을 열어준 분기점이 되었습니다.

프랜시스와 소크의 합류, 그리고 독감 사백신의 탄생

버넷이 유정란 배양법을 통해 바이러스 대량 생산의 길을 열어주었다면, 이를 실제 인간의 질병을 예방하는 백신의 형태로 완성해 낸 인물은 미국의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와 그의 총명한 제자 조너스 소크였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미군 당국은 밀폐된 병영 내에서 과거 스페인 독감과 같은 대유행이 재현될 것을 두려워하였고, 군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독감 백신 개발 프로젝트를 프랜시스 박사에게 전격적으로 일임했습니다. 1940년 인플루엔자 B형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해 낸 프랜시스 박사는 서로 다른 유행 균주를 모두 방어할 수 있는 다가 백신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습니다.

1940년 인플루엔자 B형 바이러스를 최초로 분리해 낸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 박사

뉴욕대학교 시절부터 프랜시스 박사의 지도를 받았던 조너스 소크가 미시간 대학교 연구팀에 합류하면서 연구는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학계에서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인위적으로 약화시킨 '생백신'만이 훌륭한 면역을 유도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다시 치명적인 독성을 획득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따라 그들은 버넷이 고안한 유정란 배양법으로 얻어낸 막대한 양의 바이러스를 화학적으로 완전히 사멸시키되, 면역 세포가 항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외부 구조를 보존하는 '사백신(Killed vaccine)' 기법에 승부를 걸었습니다.

면역 세포가 항원을 인식할 수 있도록 외부 구조를 보존하는 '사백신(Killed vaccine)' 을 만들어낸 조너스 소크

추출된 고농축 바이러스 배양액에 소크는 포르말린(Formalin)이라는 강력한 화학 물질을 아주 미세한 농도로 신중하게 첨가했습니다. 포르말린은 바이러스의 유전적 증식 능력을 완전히 파괴하면서도 단백질 껍질 구조를 고정시켜 인체 내에서 훌륭한 항체 형성을 유도했습니다. 1943년 수천 명의 미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수행된 임상시험에서 이 사백신은 탁월한 예방 효과를 입증하며,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면 면역을 유도할 수 없다는 기존의 학계 정설을 완벽하게 뒤집어 놓았습니다.

저도 학부 시절 바이러스학 실험 과목을 수강할 때, 부화기에 있는 유정란을 알코올로 소독한 뒤 백열전구 빛을 비추어 내부에 있는 닭의 배아와 붉은 혈관의 위치를 확인하는 난관 검사(Candling)를 했었습니다. 주사바늘이 굵은 혈관을 건드려 배아가 죽게 되면 세포가 괴사하여 바이러스 역시 증식하지 못하므로, 섬세함이 많이 요구되는 작업이었습니다. 플라스틱 일회용 주사기조차 귀했던 1940년대에 수천, 수만 개의 유정란을 일일이 맨손으로 다루며 바이러스 배양액을 추출했던 프랜시스와 소크, 그리고 이 원리를 처음 밝혀낸 버넷의 끈기가 존경스럽습니다.


21세기 독감 백신의 진화: 유정란의 한계와 세포 배양 기술의 도입

버넷이 창안하고 프랜시스와 소크가 상용화한 유정란 기반의 독감 백신 제조 공정은 그 후 70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전 세계 백신 산업의 가장 표준적인 방식으로 굳건하게 자리 잡았습니다. 이 고전적인 방식은 매우 안정적이었지만, 올해처럼 예상치 못한 이른 시기에 독감이 크게 유행하는 변동성이 잦아지면서 그 태생적인 한계점들이 명확하게 지적되기 시작했습니다.

유정란 방식의 가장 치명적인 단점은 백신 생산에 무려 6개월이라는 매우 긴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입니다. 매년 초, 세계보건기구(WHO)가 유행 균주를 예측하면 제약사들은 수천만 개의 무균 유정란을 대규모로 확보하여 바이러스를 배양해야 합니다. 만약 올해처럼 독감 유행 시기가 수개월 앞당겨지거나 새로운 돌연변이 균주가 등장하면, 기존 방식으로는 신속하게 백신을 추가 생산하기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합니다. 더불어 바이러스가 조류인 달걀 내부 환경에 억지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미세한 돌연변이(Egg-adaptation mutation)가 발생하여, 실제 인간 사회에 유행하는 바이러스와 모양이 미세하게 달라져 예방 효능이 떨어지는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 생명공학은 '세포 배양(Cell culture)'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도입했습니다. 철저히 멸균된 개의 신장 세포(MDCK) 등 특정 동물 세포주를 거대한 생물 반응기 안에서 대량으로 배양한 뒤 바이러스를 감염시켜 증식시키는 방식입니다. 세포 배양 백신은 달걀 확보라는 제약에서 벗어나 언제든 며칠 만에 배양을 시작할 수 있어 전체 생산 기간을 절반 가까이 단축합니다. 또한 달걀 알레르기 문제가 없고, 배양 과정에서 바이러스의 항원 변이 발생 확률이 극히 낮아 원본 바이러스와의 일치도가 매우 높아 우수한 예방 효과를 보장합니다.


다가오는 미래: 이른 유행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mRNA 기술

세포 배양 기술이 독감 백신의 생산 효율을 높였다면, 최근 전 세계 백신 학계가 주목하는 mRNA백신은 감염병 예방의 메커니즘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압도적인 신속성을 입증한 mRNA 기술은 현재 올해와 같이 이례적으로 이른 독감 유행이나 예측을 벗어난 변이 바이러스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인플루엔자 백신에 활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기존 백신들이 달걀이나 세포 배양기 속에서 바이러스 자체나 항원 단백질을 억지로 키워 정제하는 방식이었다면, mRNA 백신은 바이러스의 표면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적 설계도'만을 합성하여 지질 나노입자(LNP)로 감싸 체내에 주입하는 기술입니다. 이 백신이 근육에 투여되면 우리 몸의 세포들이 이 설계도를 읽어 들이고 독감 바이러스의 항원을 스스로 만들어냅니다. 인체 자체가 매우 정밀한 백신 생산 공장으로 변모하는 셈입니다.

mRNA 독감 백신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신속성입니다. 새로운 유행 균주의 유전자 서열이 발표되는 즉시, 공장에서는 바이러스를 키울 필요 없이 컴퓨터 데이터에 맞춰 화학적으로 mRNA를 대량 합성해 낼 수 있습니다. 이로 인해 백신 생산 기간이 불과 몇 주 단위로 줄어들며, 독감이 예상을 깨고 일찍 유행하더라도 필요한 시기에 맞추어 방어벽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1940년대 수만 개의 유정란을 깨뜨리며 땀 흘리던 선구자들의 시대에서 출발하여, 이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RNA 사슬 하나로 모든 계절성 독감을 방어해 내는 분자생물학적 진보의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요즘 우리가 맞는 백신은 mRNA기술로 만들어 진건가요?

현재 우리가 동네 병원에서 흔히 맞는 계절 독감 백신은 아직 mRNA 기술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대부분 전통적인 방식인 유정란 배양 또는 세포 배양 방식으로 생산된 백신입니다. 하지만 지난달인 2026년 8월, 세계 최초의 mRNA 기반 계절 독감 백신(모더나의 '엠플루시바')이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아 상용화가 시작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50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처음 승인된 모더나의 mRNA 백신이 2026~2027년 독감 유행 절기부터 현지에 공급될 예정입니다. 다만 국내 도입 및 전 연령층 확대를 위한 식약처 허가 절차 등이 남아 있어, 국내에서 일반 대중이 보편적으로 맞게 되기까지는 약간의 시간이 더 필요하겠습니다.

위에서도 언급했듯 mRNA기술의 장점은 유행할 바이러스의 유전자 서열만 알면 단 몇 주만에 신속하게 백신을 합성해 낼 수 있어 독감이 예상보다 일찍 유행하거나 변이가 발생했을 때 즉각적인 대응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위대한 지성들이 남긴 학술적 이정표와 주요 논문

독감 백신의 탄생을 이끈 세 명의 학자는 단순한 기술 개발자를 넘어, 미생물학의 수준을 크게 끌어올린 뛰어난 기초 의학 연구자들이었습니다. 이들이 남긴 역사적인 주요 학술 논문들을 아래에 정리합니다.

The use of the developing egg in virus research

  • 저자 및 연구자: 프랭크 맥파레인 버넷 (F. M. Burnet)
  • 게재지: Medical Research Council Special Report Series (1936년)
  • 내용 요약: 수정된 닭의 유정란 내부에 존재하는 장뇨막 등 다양한 생체 조직을 활용하여 동물의 바이러스를 체외에서 대량으로 안전하게 배양할 수 있음을 입증한 선구적인 논문입니다. 이 획기적인 연구는 살아있는 숙주 동물에 의존하던 기존 바이러스학의 방법론을 송두리째 바꾸었으며, 현대 백신 대량 생산 공정의 절대적인 기초를 마련한 연구로 평가받습니다.

A Simplified Procedure for the Concentration and Purification of Influenza Virus

  • 저자 및 연구자: 조너스 소크,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 외
  • 게재지: Science (1942년)
  • 내용 요약: 버넷이 고안한 유정란 배양법을 바탕으로 요막액 내부에서 대량으로 증식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불순물 없이 순수하게 정제해 내는 화학적 처리 방법론을 학계에 보고한 논문입니다. 백신을 대량 생산하여 인간에게 안전하게 투여하기 위해 필수적인 고순도 바이러스 단백질 항원 추출 공정을 확립하였습니다.

A Clinical, Epidemiological and Immunological Evaluation of Vaccination Against Epidemic Influenza

  • 저자 및 연구자: 조너스 소크, W. J. 멘케,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
  • 게재지: American Journal of Hygiene (1945년)
  • 내용 요약: 미군 병사들을 대상으로 엄격하게 수행된 최초의 다가 독감 사백신 임상시험 데이터를 집대성한 실증적 논문입니다. 포르말린으로 사멸시킨 바이러스가 체내에서 혈액 내 방어 항체의 농도를 유의미하게 상승시킨다는 사실을 실증적으로 입증하여 사백신의 효능 논란을 확실하게 잠재운 뜻깊은 연구 결과입니다.

자주 물어보는 질문 (FAQ)

Q. 버넷이 발명한 유정란 배양법이 미생물학과 백신 역사에 기여한 바는 무엇인가요? A. 1930년대 이전에는 바이러스를 배양하기 위해 값비싸고 다루기 힘든 족제비나 생쥐 등 살아있는 포유동물을 이용해야만 했습니다. 버넷은 부화를 앞둔 닭의 유정란 내부가 훌륭한 무균 배양기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밝혀냈고, 이를 통해 바이러스를 빠르고 저렴하게 대량 증식시킬 수 있는 길을 열어 프랜시스와 소크의 백신 대량 생산을 직접적으로 가능하게 했습니다.

Q. 토마스 프랜시스 주니어와 조너스 소크가 세운 사백신의 개념은 무엇인가요? A. 이전까지는 백신을 만들기 위해 살아있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약화시키는 생백신 방식만이 유효하다고 여겨졌습니다. 두 학자는 바이러스를 대량 배양한 뒤 포르말린이라는 화학 물질을 이용해 바이러스의 유전적 증식 능력은 완벽하게 사멸시키면서 면역을 유도하는 껍질 구조는 그대로 보존하는 세계 최초의 실용적인 독감 사백신을 개발하여 패러다임을 확고히 바꾸었습니다.

Q. 올해 독감이 이례적으로 일찍 유행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어떻게 대비해야 하나요? A. 최근 이어진 팬데믹 기간 동안 외부 활동이 급격히 줄면서 일반적인 호흡기 바이러스에 대한 인류 전반의 자연 면역력이 약화되는 이른바 '면역 부채'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유행 시기가 앞당겨지고 확산세가 강해진 것으로 분석되며, 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보건 당국의 지침에 따라 가능한 한 이른 시기에 백신을 접종받아 체내에 항체를 미리 형성해 두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비책입니다.

Q. 현대의 '세포 배양 백신'과 유정란 방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유정란 방식은 달걀 확보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바이러스가 달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항원 돌연변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반면 세포 배양 백신은 철저히 멸균된 특수 동물 세포주를 거대한 생물 반응기 안에서 배양하여 바이러스를 증식시키므로 생산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원본 바이러스와의 일치도가 높아 예방 효과가 더욱 우수하다는 명확한 장점을 가집니다.

Q. 최근 백신 학계가 인플루엔자 예방을 위해 mRNA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기존 백신은 항원을 외부에서 오랜 기간 배양하여 정제해야 했지만, mRNA 백신은 독감 바이러스의 껍질을 만드는 유전적 설계도만 실험실에서 신속하게 화학적으로 합성하여 체내에 주입합니다. 세포가 스스로 설계도를 읽어 항원을 만들어내므로, 올해처럼 독감이 예상을 깨고 일찍 유행하더라도 단 몇 주 만에 신속하게 설계도를 수정하여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엄청난 기동성을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참고문헌

  1. 한국미생물학회 편저. (2019). 『바이러스학과 백신 개발의 역사적 이해』. 바이오사이언스출판.
  2. 이호준, 최민수. (2012). 『생물공학의 역사: 달걀 배양에서 mRNA 상용화까지』. 라이프사이언스.
  3. Burnet, F. M. (1936). "The use of the developing egg in virus research". Medical Research Council Special Report Series, No. 220.
  4. Francis, T. Jr. (1940). "A new type of virus from epidemic influenza". Science, 92(2392), 405-408.
  5. Salk, J. E., Menke, W. J., & Francis, T. Jr. (1945). "A Clinical, Epidemiological and Immunological Evaluation of Vaccination Against Epidemic Influenza". American Journal of Hygiene, 42(1), 57-93.
  6.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 (2023).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특성, 이른 유행의 면역학적 원인 및 최신 백신 제조 공정 개요". 전문 학술 데이터 자료.